안되면 어쩔 수 없고

활동/여순 청년 서포터즈

여순 사건 다이어리: 10. 이어가며

사용 가능 2023. 12. 9. 17:01

 

여순 사건 다이어리: 9. 끝나지 않은 서포터즈

 

여순 사건 다이어리: 9. 끝나지 않은 서포터즈

여순 사건 다이어리: 8. 여수 순천 탐방 일지 ③ 여순 사건 다이어리: 8. 여수 순천 탐방 일지 ③ 여순 사건 다이어리: 7. 여수 순천 탐방 일지 ② 여순 사건 다이어리: 7. 여수 순천 탐방 일지 ② 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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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되면 전남에 만발하는 금목서. 여순사건 2일 전인 10월 17일경 촬영했다. 여순사건 대표 날짜를 지나고도 한동안 짙은 향기를 풍겼다.

 

 

위 사진을 찍은 뒤로 벌써 두 달이 다 지나간다. 9월 20일, 발대식을 진행한 뒤로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다. 너무 많은 일이 벌어졌고 매일 정신없는 하루하루였다.  9월과 12월 달력을 접어 포갠 것처럼 끝난 기분이다. 

 

그 사이에 정말 많은 걸 배웠고, 많은 생각을 했다. 여순사건은 물론, 국가폭력의 피해 사례에 대해 주변인들에게 꾸준히 알리게 됐다. 알고 나니, 굳이 알리려 하지 않아도 일상에서 스미듯 이야기하게 되었다. 와중에 왜곡되거나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까 노심초사하는 나날이다.

 

아는 만큼 더 조심하게 되는 것 같다. 이 포스팅 시리즈를 쓰는 내내 걱정했던 부분이었다. 한 포스팅에 정말 많은 시간을 녹였다. 오래도록 신경썼다. 그만한 퀄리티를 냈는가 하는 자문에는 자신이 없지만, 마지막 글을 쓰면서는 뿌듯하다. 할 수 있을까 걱정하던 일을 잘 마친 것 같아서 기쁘기도 하다.

 

포스팅 내내 했던 말인데, 세상 모든 배움이 그렇듯 여순사건 또한 사회 여러가지가 엮여있었다. 이 시리즈를 함께 해온 사람들은 모두 알텐데, 그 크기가 정말 방대하다. 여순사건이 올해로 75주기를 맞이했다는 걸 상기하면 당연한 일이다. 쌓인 시간 만큼 개인의 입장, 주요한 사연, 바라보는 시선, 해석 등 많은 게 갈릴 수 밖에 없는 일 아닌가.

 

간혹 여순사건이 다른 국가 폭력 사례처럼 일찍 조명되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랬다면 진작 가시화 되어 조사와 진상규명, 교과서 수록 등의 과정을 거쳤을 텐데 생각했다. 사실 한국 역사 내에 국가폭력으로 인한 크고 작은 피해 사례는 수 없이 많을 것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은 그중에서도 조금이나마 조사 및 연구가 이루어진 일이리라.

 

알면서도 종종 탄식하게 된다. 어떤 것도 저울로 고통을 정확히 잴 수 없다는 걸 아는데. 무엇이 우선이라고, 무엇이 수면 위에 '먼저' 떠올라야 했다고 말할 수 없는데. 그럼에도 모두가 이런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알아주었으면 바라게 된다. 마치 아픈 손가락처럼 마음 아래 남아 찰랑 흔들린다. 

 

모든 일이 사실 그대로 깔끔하게 해결될 수는 없는지,  알리려는 노력 이전에 알아서 필요한 절차를 밟는 사회는 없는 지. 종종 이런 불평을 할 때가 있다. 골몰할 필요 없이 모든 절차가 바로바로 이루어지길 바라는, 조금은 나태하고 수동적인 태도인 걸 안다. 

 

사회는 답을 찾기 위해 있는 것 같다. 과정을 제시해야 결과를 얻는다. 처음부터 모든 일이 쉽게 풀릴 수는 없다는 걸 알고 있다. 그래도 늘 답, 정답이 있었으면 좋겠다. 내가 애써 구하지 않아도 이미 완성된 것이 먼저 나서줬으면 좋겠다.

 

나는 정답이 있는 과목을 싫어하는 사람이었고, 싫어하는 사람이다. 그런데 가끔은 답을 구할 수 없는 문제에 속이 상하고는 한다. 시간이 지나면 조금은 더 현명하게 이겨 내리라고 믿는다.  

 

 

 

 

첫 포스트에 입간판 위치에 혼란이 와서 당황했던 내용이 실려있다. 어제 버스를 타러 갔는데 학교 앞에 입간판 설치 장소를 표기한 판이 세워져 있었다. 정말 기분 좋았다. 꼭 이런 게 있었으면 했는데 정말 생겼다. 많은 사람들이 이 커다란 게시판을 보고, 길을 가다 입간판을 발견하면 한 번쯤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다.

 

우리가 얼마나 많은 피와 누군가의 의지 위에 서 있는지 알아줬으면 한다. 아무것도 몰랐던 내가 입간판을 발견하고 서포터즈 활동을 하게 된 것처럼. 그리고 그 우연에 내 노력이 조금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다. 검색을 하다 내 글을 읽고 무언가 알아준다면 더 기쁠 것 같다. 

 

언젠가는 교과서에도 여순항쟁이 자세히 적혔으면 좋겠다. 많은 사람들이 왜곡되지 않은 사실을 당연하게 배우고 기억했으면 좋겠다. 작은 노력이 큰 결과로 이어진다는 것을 믿는다. 올해 포스팅은 이것으로 끝이지만, 내 기억과 경험은 계속 이어질 것이다. 내 글을 함께한 여러분에게 감사하고, 앞으로도 함께 이어가기를 진심으로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