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여순 청년 서포터즈] - 여순 사건 다이어리: 3. 평화 공원과 함께 훑어보기
여순 사건 다이어리: 3. 평화 공원과 함께 훑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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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남도 동부지역본부
전라남도 동부지역본부는 업무 시작일이 오래되지 않은 신청사다. 이전에는 연향동에 있었다고 하는데 7월에 이전했다고 한다.

원래 내 생활반경에서 너무 멀리 떨어져있고, 교통도 쉽지 않았다. 그러나 우연히 10월 중순, 2회 정도 방문할 기회가 생겼다. 그런데 청사에 들어서니 로비 안쪽 양 벽에 커다랗게 걸린 그림들이 보였다. 동부청사 갤러리로 운영되는 벽인 것 같았다.
처음부터 전시를 알고 간 건 아니었다. 다른 일로 갔다가 발견했다고 보는 게 맞았다. 전문 회장에서 이루어지는 전시가 아니었는데 내게는 도리어 접근성이 좋았다.
그 즈음의 나는 일정 상 정신이 없던 때라 제대로 된 전시를 찾아가기 부담스러웠다. 그런데 해당 전시는 로비에 설치된 것이라 따로 절차없이 바로 마주할 수 있어서 마음이 편했다.
첫번째 전시는 여순사건 75주기 기념 특별전이었다. 들어설 때 발견한 그림들이 이것이었다.


배너만 보았을 땐 비슷한 크기의 사진전도 준비된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그림 전시보다 더 안쪽에 『칼 마이던스가 본 여순사건』 책을 스캔한 소형 전시가 있었다. 소형전시는 다음 포스팅에서 소개할 예정이다.
왼쪽은 그림자에 가려져서 그런지, 오른쪽이 먼저 눈에 띄었다. 모든 그림을 촬영하지는 않았고 여러 차례 둘러보다가 마음에 닿던 그림만 골라 찍었다. 그러다보니 소개하는 작품 순서는 전시와 다르게 뒤죽박죽일 예정이다.
제일 강렬하게 느껴졌던 건 오른쪽 벽 가장 끝에 달려 있던 아래 그림이었다.


처음 그림 앞에 섰을 때 천장 부근의 통창에서 햇빛이 들어와 그림 위를 비추었다. 그 햇빛이 그림 속 인물들 눈에 반사되었는데, 그것이 반사되면서 마치 그림 속 인물들이 한꺼번에 나를 바라보는 것 같았다.
그때의 충격과 서늘한 기분이 잊히지 않는다. 정면으로 찍은 사진을 편집하는 지금도 그때와 비슷한 감상이 느껴진다. 그림 바깥의 사람을 꿰뚫어보는 듯한 시선들. 궁금증을 불러 일으키는 제목과 그림, 상황의 시너지가 엄청났다.

의도한 것은 아닌데, 다음으로 마음에 든 그림도 '눈'에 초점을 둔 그림이다. 사진을 찍고 화가의 이름을 봤다. 이 작품도 박진희 화가의 그림이었다.
알맞게 찍은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림 제목이 '무엇이 잘못인가?'인 듯 하다. 손가락 모양과 제목을 보아, '손가락 총'을 염두한 그림 같았다.
손가락 총을 겨눌 때 제대로 된 객관적 기준이 없었음을 떠올리면, 그보다 더 어울리는 제목이 아닐 수 없다.
(여순사건의 '손가락 총'에 대해 모르는 분이 계신다면, 해당 게시글 상단에 첨부한 이전 포스트를 읽어보시길 추천드린다. 이럴 때를 대비해 미리 작성해 두었다.)
눈동자의 질감이 정말 좋다. 반들반들하고 서늘한 빛이 나는 눈동자. 어두우면서 동시에 '따뜻한(요즘 말로 웜하다고 하는)' 색감을 사용했는데, 도리어 어떤 섬뜩함이 느껴진다.

김태완 작가는 굉장히 강렬한 그림을 그렸는데, 피와 불이 주요 소재로 등장했다. 촬영할 때 정말 신경을 많이 썼는데, 위의 그림이 선명하게 잘 나온 것 같아서 뿌듯하다.
위 그림은 사람의 피가 산골짜기에 웅덩이를 이뤄, 마치 커다란 호수라도 된 듯 보인다. 하늘에는 불이 춤추는 듯한 모양새로 죽어가는 사람 주변을 휘감는다.
아래의 그림은 불바다가 된 여수다. 당시 대화재가 났던 여수를 사실적이면서도 극대화 된 표현이 돋보였다. 상투화된 표현이지만, 불이 여수를 정말 집어삼키는 듯했다.

둘 중에 더 강렬했던 쪽을 따지자면 당연히 1번 그림이다. 그로테스크한 면이 있기는 하지만 의미로 따져도 1번이 좀 더 좋았던 것 같다.
그런데 2번은 단순히 사실 그대로를 보여주었는데도 이상하게 자꾸 돌아보게 되었다. 불타는 집과 산, 시뻘건 연기와 빛이 뿜어진 독처럼 사이사이를 파고든 모습이 시선을 잡았다.
아래 칼 마이던스가 촬영한 사진에도 여수 대화재를 나타내는 작품이 여러 점 보인다.

안쪽의 소형 전시는 앞서 언급했다시피, 『1948, 칼 마이던스가 본 여순사건』 사진집이었다. 여순사건에 대해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알 것이다.
책을 모르더라도 익숙한 사진들이 여러 편 수록된 것을 쉽게 알아 챌 수 있을 테다. 여순사건을 설명하고자 할 때 정말 많이 인용되었기 때문이다. 내가 직전에 올린 여순 평화 공원도 이 책에 실린 사진을 사용했다.

칼 마이던스(1907~2004)는 당시, 포토 저널리즘의 선구적 역할을 하던 미국의 시사 잡지 라이프지(LIFE)의 기자였다. 여수와 순천에서 현장을 취재하며 사진을 남겼고, 이를 그해 11월 15일 라이프지에 게재했다. 찰영 및 게재된 사진은 중복을 제외하고 310여 장으로 알려져 있다.
이전까지 그의 촬영했다는 정보는 잘 알려졌으나, 해당 사진집이 한국에 온전히 출판된 적은 없다고 한다. 여수지역사회 연구소는 2019년 사진도록 출판기념회를 마련했다. 그 중에서 다양한 고증으로 사료 가치가 높은 사진들을 추려 편집했다. <라이프 타임>지의 동의를 받아 출판을 매듭지었다고 한다.
[한겨레] 왜 ‘여순사건 특별법’ 필요한지 말하는 한 장의 사진
[경향신문] 처참했던 학살 비극 ‘여순사건’ 사진으로 고발

칼 마이던스의 사진을 접해본 사람이라면, 진압군의 작전이나 민간인 피해에 초점이 맞춰져 있음을 알 것이다. 도록에는 한글과 영문으로 된 설명이 붙어있다.
도록에 실린 사진은 총 98점이다. 진압군 이동과 전투 31점, 미군과 한국군 14연대 8점, 시민들의 피난 6점, 협력자 색출과 학살 46점,여수 대화재 7점 등으로 나뉜다고 한다.
내가 찍은 사진은 극히 일부다. 전시에 98점을 모두 세우지 않았던 것도 있고, 놓여져 있던 책을 계속 붙들고 촬영할 수도 없었다. 대신 앞선 전시와 연결되거나, 많이 사용되지 않은 작품 등을 기준으로 찍어두었다.
나는 앞서 보았던 그림과 연결지을 수 있는 것 중에 여수 대화재 사진을 골랐다. 아직 포스팅 하지 않은 사진이기도 하고, 협력자 색출 등의 사진은 내 포스팅이 아니라도 이미 자주 사용 되었다는 이유 등이 있다.

위의 여수 교동 사진을 보면, 김태완 화가의 '불바다'와 굉장히 닮아있다. 추측하기로, 김태완 화가가 먼저 이 사진을 보고 그 위에 본인이 떠올린 화재의 의미지를 덧씌운 게 아닐까 싶다. 사진 속의 여수를 염두에 두고 그린 그림일 수도 있겠다.
그리고 칼 마이던스 전시 뒤에 여순사건 지원단 팻말이 보였다.

동부청사 홈페이지에 따르면, 여순사건 지원단은 관련 기획운영과 사실조사, 심사관리 업무를 담당한다고 한다. 공지를 살펴보니 진상규명 신고나 유족 신고, 희생자 신고 접수 등을 안내하고 있었다.
이렇게 1층 전시를 다 둘러보고 로비 중앙으로 돌아오니, 방명록과 전시 리플렛이 놓여있는 테이블이 보였다. 리플렛은 습관처럼 챙겼지만, 방명록을 적으려고 펼쳤더니 작성된 이름이 없었다. 어쩐지 민망한 기분이 들어서 나도 이름을 적지 못했다.
2층에는 만화 전시가 세워져 있었다. 이전에 여순항쟁 역사관에서 발대식 할 때 받았던 그 만화였다. 이에 대해서는 다음 포스팅에 소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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